[이호재교수] 인터뷰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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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31
3년 체류한 中학생 57% "한국 싫어"
지난 20일 오전 대전 A대학 경영대 건물 앞. 삼삼오오 지나가는 대학생 무리 셋 중 하나꼴에서 중국어가 들린다. 계절학기 강의를 듣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다. 한국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중국인 리 모씨(26)는 "5년 전 입학 당시 '안녕하세요'란 말도 모른 채 무작정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아직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기기 힘들고 주변에도 겉도는 친구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같은날 인근 B대학 정문 앞. 편의점 3곳 중 2곳에서 중국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 학생보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방학을 이용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타 모씨(23ㆍB대학 경영대 2학년)는 말이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가 서툴렀다. 그는 "유학생들이 한국말을 잘 몰라 시험 때 아예 교수님이 예상문제를 암기하게 한 다음 문제로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리씨와 타씨는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반한감정이 더 커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교 밖 음식점, 술집에 갈 때 중국 유학생인 걸 알면 시큰둥한 대접을 받는다는 이유다.
일부 지방대가 중국 유학생을 부족한 신입생 채우기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교과부에 따르면 2010년 총 8만3842명의 외국인 유학생 중 68.9%인 5만7783명이 중국 유학생으로 나타났다. 유학생 10명 중 7명은 중국인이란 얘기다. 2003년 5600명에서 2010년엔 5만7700여 명으로 7년간 10배가 늘었다. 특히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65%가 서울을 제외한 경기ㆍ충청권 등에 위치한 지방대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지방대가 중국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해마다 신입생 등록이 줄어들고 있는 공백을 중국 유학생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호재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학과장은 "일부 지방대의 경우 중국 유학생을 유치하지 못하면 학교 운영 자체가 아예 안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방대의 마구잡이식 중국 유학생 유치가 중국 유학생의 적응을 가로막으면서 이들의 불만을 키우고 여러 문제점들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국내 15개 대학의 중국 유학생 1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41%가 반한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체류기간이 길어질수록 반한감정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체류기간 1년 미만인 중국 유학생은 28%, 2~3년은 46%, 3~4년은 57%가 반한감정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준식 교수는 "반한감정의 근거지가 한국의 중국 유학생이 인터넷에 쓴 글에서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며 "10년만 지나면 중국 유학생이 수십만 명에 이를 텐데 이들의 반한감정이 커질 경우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유학 올 정도면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적 지위도 갖춘 집안의 자녀가 대부분인데 한국에서 잘못된 대우를 받으면 자존심 강한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방대의 경우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입학을 허락하고 있다. 대전 A대학에서 만난 장 모씨(22)는 "한국어시험을 칠 필요 없이 중국에서 6개월 정도만 한국어를 배워도 한국 지방대에 들어갈 수 있다"며 "한국 지방대는 가기 쉬운 대학이란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못하니 학교 수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호재 학과장은 "중국 유학생 중 한국말을 잘하는 학생이 별로 없고, 3학년생도 정규수업을 못 따라가는 이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학사관리를 하지 않아 중국 유학생이 장기 결석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례도 많다.
심할 경우 불법 체류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전 B대학의 중국 유학생 전 모씨(23)는 "한국 아르바이트비가 중국 회사 임금보다 많은 경우도 있어 한국에 눌러앉는 것을 선택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2008년 8월부터 2009년 5월까지 각 대학을 통해 소속 외국인 유학생의 이탈 신고를 접수한 결과 총 1587명의 외국인 유학생 소재가 불분명해진 것으로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1264명으로 80%를 차지했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관평가연구센터장은 "중국 유학생이 한국 교육시스템 자체에 불신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 유학생 DB 구축 등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경 김제관 기자]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12517313292498&linkid=4&newssetid=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