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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멱칼럼] K뱅크 가로막는 '붉은 깃발' 걷어라 작성자 : 통합 관리자  등록일 : 2017.06.07  조회 : 170


  •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금융주임교수] 바퀴가 넷 달린 증기 자동차는 영국에서 1801년 리처드 트레비식(1771~1833)이 처음 제작했다. 그럼에도 영국이 프랑스, 독일, 미국에게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내주게 된 것은 1865년 영국의회가 통과시킨 ‘붉은 깃발 법’(Red Flag Law)때문이다. 이 법은 마차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반드시 3명의 운전사를 태워야 하고, 그 중 한 명이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55m 앞을 달리면서 행인들에게 자동차가 옴을 알리도록 했다. 당시 자동차의 최고 시속이 30㎞였는데도 마차 속도보다 빠르지 않도록 들판에서는 시속 6.4㎞, 시가지에서는 3. 2㎞ 이상 운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은 1865년부터 1896년까지 무려 30년 넘게 시행되었는데 그 사이 미국은 자동차산업에서 세계 최대 강국이 되었다. 

    ‘붉은 깃발 법’은 국가발전과 경쟁력의 차이가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천연자원이나 원천발명품이 많고 적음보다 당국자들의 정책 선택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법은 신흥산업의 발전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기득권자의 손을 들어준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 선택의 단적인 예로서, 오늘의 한국사회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핀테크영역이다. 지난 3일 한국의 첫 인터넷 전문 은행인 케이뱅크(K bank)가 기대 이상 호응을 얻으면서 출발했다. 영업 개시 첫날 가입자 2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둘째 날인 4일 가입자가 6만명을 돌파했다. 인터넷 은행이 일단 순조로운 ‘이륙(離陸)’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해선 인터넷 은행에 대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해주어야 가능하다. 그것은 케이뱅크의 대출이 불어나면 2500억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데 KT와 같은 산업자본의 자본금 추가 투입은 힘들기 때문이다.  

    제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은 융합이다. 산업 간, 기술 간 융합이며 이는 산업간 제도적 장벽을 없애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핀테크는 금융과 IT(정보기술)의 융합이다. 사회의 자금조달기능으로서의 금융의 역할은 계속 지속되지만 금융회사들의 존재의 필요성은 많이 약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은행업은 필요하지만 은행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에서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는 한국 핀테크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버의 탄생은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예다. 우버는 택시회사가 아니라 IT회사이다. 미국의 기업인 우버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자동차 배차 웹사이트 및 배차 응용프로그램이다. 이는 일반인도 자신의 차량으로 여가시간에 운송서비스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택시업계에 적용되는 규제를 우버회사에 요구한다면 우버 기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의 우버는 고객이 운전자를 평가하는 동시에 운전자도 고객을 평가하는 상호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우버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우버 서비스가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유상운송’을 한다는 점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2015년부터 우버 서비스를 단속하고 있다.  

    앞으로 전산업영역에서 일처리방식이 점점 우버화될 것이며 중개기능이 강한 금융분야 등에서도 우버화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각 국 정부는 점점 확대되고 있는 사회 각 영역에서의 우버화시대에 대비해야 하며, 기존의 산업간 영역구분이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각 산업에 적용되고 있던 제도들이 혁신적인 기업활동을 막지 않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은 반드시 정책과 제도의 혁신이 따라야 한다. 전기는 유럽에서 발명되었지만 진정한 성공은 유럽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은 전기의 발명을 잘 활용하여 결국 에너지시대의 강자가 되었다. 한국에서 현재 가장 시급하게 우려되고 있는 것이 원격의료 영역이다. 원격의료는 제 4차산업혁명시대의 의료산업의 핵심기술이다. 은행업은 필요하지만 은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의사는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 병원기능은 ‘우버화’ 기술로 대체될 것이다. 현재 의사업계의 반발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가 다음 회기로 넘어간 가운데 한국의 미래 의료산업 발전이 심히 우려된다. 어쩌면 의료의 전통강국이었던 한국이 과거 영국이 ‘붉은 깃발 법’으로 자동차산업의 주도적 위치를 잃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앞선다.



    출처:이데일리